뉴욕에서 하는 잡다한 생각

뉴욕 생활 #3 뉴욕 사람들의 따뜻함

소소한 여자 2020. 4. 30. 10:11

뉴욕 사람들.

뉴욕은 다인종, 다국적의 도시다.

오늘은 세상 좋은 사람을, 내일은 세상 못된 사람을 번갈아 만날 수 있는 정말 별로 혹은 최고로 매력적? 인 곳이다. 이것이 뉴욕의 가장 큰 단점이면서도 가장 큰 장점일까?

내가 뉴욕에 와서 제일 좋아하는 문화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뉴욕 사람들보다 국민성이 훨씬 높지만 이것만큼은 뉴욕이 정말 좋다.

바로 문을 잡아주는 것.

뒤에 사람이 오고 있다면 무조건 잡아주고, 때론 10미터 뒤에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해 잡아 주고 있어서 내가 그것을 보았다면 뛰어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몸이 힘들거나, 아이가 있거나, 짐이 있거나, 유모차가 있다면 100에 100은 문을 잡아준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100에 1명꼴이라 그 잡아 주지 않는 1명은 정말 몰상식한 사람이 된다. 뉴욕에 있다 보니 문을 안 잡아주는 것은 길 가다 어떤 사람을 세게 치고 사과하지 않는 것과 거의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문을 잡아 주고 나면 항상 오가는 말.

Thank you.

You are welcome, Sure, No problem..

하는 짧은 몇 초지만 정말 모르는 사람과 가질 수 있는 이런 아름다운 시간이 또 있을까.

그것도 이곳 각박한 뉴욕에서.

물론 이것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문을 누구나 잡아 준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이를 당연시 여기지 않는 서로 상호 간의 배려가 있기에 이 순간이 더 빛나는 것 같다. 호의로 시작한 것이 받는 사람이 당연시하는 순간 그 호의는 더 이상 아름다운 것이 되지 않으니까. 이곳 뉴욕(아마 미국 전역일 듯)은 그런 문화가 있다. 그런 (당연한) 호의를 당연시하지 않는 문화. 어느 누구도 문잡아 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온 맘 다해 Thank you 하는 사람들. 그 진심이 전해지는 짧지만 큰 한마디.

고마워.

이런 아름다운 순간을 뉴욕에 오고 항상 경험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 오늘두 집 앞 베이커리를 갔다가 유모차를 들고 오는 어떤 아기 엄마를 바깥 문은 어떤 아가씨가 잡아주고 안쪽 문은 내가 잡아주게 되는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가씨는 내가 나갈 때까지(내가 그 아가씨를 뒤따라 나가고 있었기에) 세상 따라 할 수 없는 미소를 짓고 문을 잡아 주었다.

너무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베이커리를 나와 우리 동네 72가 지하철을 타는 순간까지 마음에 잔잔한 행복감이 퍼져 나갔다.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 지금 지하철 안에서 블로그를 열어 이 글을 쓰고 있을 정도로 ㅎㅎ

어디선가 들었다. 나이 50 즈음이 되면 외모, 인상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결과 혹은 책임이라는 말. 분명 그 아가씨는 남들보다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아왔고 & 살고 있는 아가씨였을 거다.

나도 솔직히 문을 항상 잡아주지만 그런 여유 섞인 미소는 짓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굉장히 친절하게 잡아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글쎄.. 누군가를 잠시나마 그렇게 행복하게 했던 적이 있었나..?

뉴욕은 참 매력적인 곳이다.

세상 친절함, 저세상 여유, 세상 못됨, 세상 mean 함, 세상 rude 함, 세상 따뜻함, 세상 개념 없음, 세상 예의 바름, 세상 화려함, 세상 구림, 세상 더러움, 세상 럭셔리함..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모여있는 그러면서도 잘 공존하는 참 이상하면서도 너무 매력적인 곳.

오늘도 난 이런 뉴욕에 살고, 이런 뉴욕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사랑해 뉴욕♡

넌 진짜 내가 어딜 가도 잊지 못할 거야.

I love NYC.

I ♡ NY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