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생활 #2 유유상종의 법칙

2020. 4. 13. 08:00뉴욕에서 하는 잡다한 생각

 

Grand Central, New York

 

 

NEW YORK.

 

 

누구나 한 번쯤은 와 보거나 살고 싶은 꿈의 도시.

뉴욕에 살고 일을 한다는 뉴요커라는 세 글자가 주는 화려함.

전 세계인에게 뿐만이 아닌 미국인들에게조차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도시.

이런 뉴욕에 와서 일을 하고 억 소리 나는 월급도 받아보고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맨하탄에서 혼자 살고...

돌아보면 감사한 순간들이 참 많았다.

 

 

내가 이 뉴욕에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 중에 가장 큰 배움은 유유상종.

 

한국에서 뉴욕으로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에서도 꽤 여유 있게 살던 사람들이고, 이곳 맨하탄에서 누군가가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대부분 누구나 아는 탑 대학의 이름을 이야기한다. 다들 동네 앞 그냥 조그만 어딘가 다니는 것들처럼 이야기를 해서 들을 때는 감이 오지 않는데 집에 오는 길이나, 집에 와서 되돌아보면 각 분야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에 한번 더 놀라곤 한다. 말하는 순간에는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 때문이다. 나도 듣는 순간엔 이젠 하도 들어서 그냥 다들 거기 다니는 것 같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한 명 한 명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인 거에 다시 한번 놀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뉴욕은 더더욱 끼리끼리 모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토록 끼리끼리 놀고 싶어할까.

 

 

나를 말해준다.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이 나를 말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야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친구들이지만 사회에 나와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다. 거기에 그 사람의 친구의 친구, 연애, 결혼으로 만나게 된 인연들까지 합치면 비슷한 수준의 인맥은 점점 자연스럽게 더 넓어진다. 

 

 

더 발전하고픈 욕구

 

더 나은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내게 언제나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일이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이 있다. 강남인이 아닌 사람도 처음엔 친구따라 강남에 그냥 놀러 간 것이겠지만, 점점 친구를 따라 강남에 가다 보면 언젠가는 실제 강.남.인이 되어 있다. 그 강남 친구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강남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배우고 엿볼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 와서 느낀 것은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더 발전하는 나를 볼 수 있다.

예전에 즐겨봤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양현석이 꽤 노래를 잘하는 친구에게 노래가 끝나고 첫마디로 했던 말이 있다.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난 노래를 곧잘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양현석이 한 말은 살짝 충격이었다. 내가 아직도 이 말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 한 문장에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잘하는 친구들이 없었고 당사자는 자신의 실력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자신 있게 불렀지만 그 자신감이 나올 실력은 아니었다는 걸 양현석이 눈치챈 거다. 한 마디로 저 실력으로 저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을까에서 사고가 출발하지 않았을까. 주변에 100점만 맞는 친구들이 있다면 90점 맞는 친구는 항상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을 하며 100점을 맞기 위해 더 노력을 할 거고, 주변 친구들이 다 80점을 맞으면 나는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고 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아플 수 있지만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내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 여러 분야가 될 수 있겠다. 공부, 언어, 유학, 취업, 연애, 결혼, 부자, 운동, 생활 팁, 육아 등등 삶의 각 분야에서 내가 되고 싶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언젠간 나를 그 위치에 데려다줄 것이다.  

 

내가 뉴욕에서 또 배운 것은, 소위 우리가 말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꺼려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걸 오지랖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잘 나가는 사람들에겐 약간의 오지랖들이 있다. 내가 이렇게 해서 성공했고, 그로 인해 행복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도와주고 싶은 좋은 오지랖이 조금씩은 다들 있는 것 같다. 뭐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로 돌아온다고 믿는 것 같다. 그러니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선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이겠지만 언젠간 내가 나를 데리고 갔던 그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공감대 

 

취준생은 취준생끼리 모이고, 육아맘들은 육아맘들끼리 모이듯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정보 공유가 되고, 또 서로 느끼는 감정들을 잘 공감할 수 있다. 서로의 관심사가 전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다. 우선 할 말도 없고, 상대방도 그걸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해 주기도 어렵고,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계속 이끌어 간다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SOSO-TODAY in NEW YORK